한명숙, “김대중 대통령님 지하에서 통곡을 할 일”
25일 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 참배, 이희호 여사 “잘 되야 할텐데…”
안개가 낀 동작동 현충원, 11시 15분, 한명숙 후보가 회한에 가득 찬 표정으로 김대중 전 대
통령 묘소에 도착했다.
먼저 기다리고 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진들과 인사를 나눈 뒤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에 분향하고 참배를 했다.
한명숙 후보는 이날 참배에 앞서 “(최근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은)김대중 대통령님께서 지하에서 통곡을 할 일이다”라며, “김 대통령께서는 최대의 안보책인 평화를 지키려고 노력하셨다”며 현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또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당시에는 천안함과 같은 패전의 역사가 없었다는 것을 다시한번 환기하며 “한쪽에서는 평화, 다른 한쪽에서는 완벽하게 방어하는 안보가 균형을 이루어야하는 것인데, 지금은 그 둘이 모두 다 무너졌다. 김 대통령이 만든 평화를 완벽히 짓밟고 되돌리는 행위가 걱정이다”고 탄식했다.
그 사이, 어린이 서른여명이 대통령 묘소에 참배를 하러 왔다.
아이들은 참배 전, 대통령 묘소 앞에서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대통령님 때문에 행복했습니다”라며 외친다.
그 모습을 한명숙 후보가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리고 한참 말이 없다.
“대통령님이 저를 불러주셔서 정치하게 된 게 12년째입니다. 그동안 대통령님께서 받은 정치 고난이 얼마나 컸을까 그런 생각을 요즘 많이 합니다”
다소 짧은 침묵을 깨고 한 후보가 무겁게 입을 뗐다.
“한 총리도 민주화를 위해서 많이 노력했었잖아요. 고생도 하고. 꼭 이겨야 됩니다. 나도 수없이 당했잖아요. 한 총리도 많이 당했고.” 곁을 지키고 서 있던 권노갑 전의원이 가만히 말을 받는다.
한 후보는 “후보 확정이 된 후 캠프를 정해서 이사 들어가는 날, 그 앞(사무실)에서 데모를 하고, 제가 전 총리인데 어떤 자리에 가면, 제가 앉을 자리도 없애버리고, 축사 준비해가면 축사 순서도 없애고… 선거 방해가 말도 못해요”라며 그동안 못내 입 밖에 내지 않았던 가슴앓이를 털어놓는다.
“과거에 대통령님도 겪었던 일입니다. 그래도 또 전화위복이 되겠지요. 예전에 김대중 대통령님께서도 자주 하셨던 말씀이, ‘진실은 밝혀지지만 그 당시에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밝혀진다.’고 하셨습니다.”
한명숙 후보를 다독이기 위해 김옥두 전 의원이 가슴 아린 위로를 전하는 사이, 이희호 여사가 묘소에 도착했다.
한명숙 후보, 잰걸음으로 달려가 이희호 여사와 인사를 나눈다.
이희호 여사가 선거는 잘 되가느냐고 묻자 한명숙 후보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님이 겪으신 대통령 선거 때처럼 북풍 선거를 하고 있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한다.
한 후보는 6.15 남북공동선언 팜플렛을 함께 보면서 “세상이 거꾸로 가니까 대통령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라며 평화로웠던 남북한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며 “이렇게 평화로웠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한참 말없이 팜플렛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던 이희호 여사가 “가보세요”하자, 한명숙 후보는 “괜찮아요”라며 “밑바닥의 변화가 열정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북풍선거가 우려되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이 여사에게 다짐을 한다.
이희호 여사가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참석한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다시 차에 올랐다. 길지 않은 시간, 한명숙 후보는 떠나버린 김대중 전 대통령과 남아있는 이희호 여사로부터 다시한번 힘을 얻는다.
하지만, 부쩍 힘에 부치는 이희호 여사의 뒷모습이 마음에 남았는지,
한 후보는 “여사님이 마음이 많이 아프신가 보다”고 한마디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떠나는 한명숙 후보의 발걸음이, 조금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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