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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08 '2009 동북아여성평화회의 기조 연설 (1)


동북아의 평화는 여성의 꿈입니다


1.

동북아여성평화회의(NEAWPC)가 마련한 소중한 행사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오늘 회의를 공동주관해 주신 조지 워싱턴대학 시거센터 관계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과거와 현재가 함께 공존하는 것은 어느 시대, 어떤 나라든 예외가 아닙니다. 하지만 21세기 한국에 공존하고 있는 지난 세기 냉전의 그림자는 당사자인 남북한 국민들은 물론, 동북아시아와 국제사회에 끊임없는 고통과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G20 가입국이자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인 한국민들이 살고 있는 한반도의 또 다른 명칭은 ‘세계의 화약고’입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남북한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의 군비 총합은 전 세계 군비의 65%를 차지하며, 지난 10년간 동아시아 지역의 군비는 56% 증가했습니다. 지난 10년간 전쟁이 벌어진 곳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아프리카였지만 인류의 존망을 결정할 ‘아마겟돈’(Armageddon)의 땅은 동북아시아와 한반도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오바마 대통령의 동유럽 미사일방어계획(MD) 철회 결정과 러시아와의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후속협정 추진을 높이 평가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합니다.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결단이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정부의 노력이 유럽과 함께 동북아시아에서도 진정한 평화정착의 시대를 여는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평화에 대한 세계인들의 염원을 “핵 없는 세계”(a world without nuclear weapons)라는 말로 대변했습니다. 얼마 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그러한 국제사회의 컨센서스를 담아 ‘핵무기 확산 근절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사진 연합뉴스   
그렇습니다. 한국민들은 “핵 없는 한반도”를 진심으로 원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천명한 “강인하고 직접적인 외교”가 힘을 발휘해 북한 핵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를 열망합니다.

북한 핵문제의 해결은 단지 한국민들만의 소망이 아닙니다. 한국은 59년 전 벌어진 전쟁으로 7만 여명의 미군 사상자를 냈던 곳이고, 지금도 2만 8천명의 미군이 주둔하는 곳입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자식과 남편을 해외 주둔군으로 한국에 보낸 수많은 미국 여성들의 희망이자 삶의 일부입니다.

한국과 미국은 그렇게 전쟁의 상처와 미래의 희망을 공유하고 있는 ‘친구’입니다.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함에 있어 한국의 민주당과 미국의 민주당은 오랜 파트너였습니다. 1990년대 초반에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져온 북한 핵문제는 김대중 대통령의 권유로 클린턴 대통령과 북한이 합의한 2000년 북미 공동 코뮈니케로 해결 직전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퇴임 후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1년만 더 집권했더라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지만, 그 안타까움은 한국민 모두와 한국 민주당의 것이기도 합니다.


2.

북핵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한반도 문제의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인 한국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특히 북핵문제 해법이 실패로 끝난 부시 행정부 시절 네오콘의 대북정책을 답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상징하는 ‘비핵․개방․3000’은 북한 당국에게 사실상 항복을 요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남북이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며 화해협력을 추구한다는 것은 김대중 정부의 ‘6.15 공동선언’(2000년)과 노무현 정부의 ‘10.4 공동선언’(2007년)은 물론, 이명박 정부가 가장 존중한다는 ‘남북기본합의서’(1991년)의 기본정신이자 내용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월 미국 방문 중 북핵 문제 해법으로 제안한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은 북핵 폐기와 국제사회의 지원을 한 번에 맞바꾸자(one shot deal)는 것입니다.

북핵문제가 이처럼 한 번에 해결될 수만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하지만 우리는 지난 20년간 이어져온 북핵문제의 역사에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이 없는 ‘희망’만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 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이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지난 7월 미중 전략대화에서 중국 측이 지적한 바와 같이 북한 핵문제가 본질적으로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reasonable security concerns)로부터 발생했 지난 20년간 미국과 북한 사이에 충분한 신뢰가 쌓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간과한 제안이기 때문입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봅시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폐기할 테니 미국도 관계정상화와 경제협력을 되돌릴 수 없게 만들어보라”고 요구한다면 방법이 무엇입니까? 핵 프로그램은 일단 폐기되면 되돌리는데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대북 지원과 국교 정상화라는 칼의 손잡이는 여전히 미국의 손 안에 있습니다. 그런 북한에게 ‘관계 정상화와 경제 지원을 약속할 테니 먼저 핵을 폐기하라’는 제안은 사실상 ‘무조건적인 무장해제’의 요구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6자회담 당사국들은 2005년 9.19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2007년 2.13 합의에 도달한 것입니다. 북핵 폐기를 북미관계 정상화 및 대북 경제지원, 그리고 평화협정과 맞바꾸기 위해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합의는 포괄적으로 하되, 실천은 단계적으로 해나감으로써 북미 상호간의 신뢰를 쌓아 북핵문제를 풀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북한과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4개국이 보증하고 관리해 나가자는 것입니다.

그럴 때에만 60년 가까운 북미 사이의 적대관계와 불신을 해소하고 북한은 정상적인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거듭나는 불가역적인 변화를 수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돼야만 20년 가깝게 이어져온 북한 핵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습니다.


3.

지난 5월과 8월 한국민들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헌신해온 노무현, 김대중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을 잃는 비통한 일을 겪었습니다. 전(前) 정부의 국무총리로서 두 차례의 장례식을 치러야 했던 저는 두 분이 일궈 놓으신 평화와 민족화해의 역사적 성과를 이어가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2009년 가을, 북미 양자대화 개최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미국을 비롯한 동북아 국가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과 한반도의 평화정착,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체제 실현으로 가는 역사의 시계 바늘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마지막 입원으로 취소되었던 주한 유럽 상공회의소 초청 연설 원고를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생전에 국제사회에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있습니다. “9.19로 돌아가자”는 제목의 마지막 연설문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변화를 내건 오바마 대통령은 오래된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종식시키는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야합니다.

북한의 핵무장을 막기 위해서는 ‘비핵화를 통한 점진적 관계개선’이 아니라 ‘관계정상화를 통한 비핵화’라는 근본적이고도 포괄적인 접근방법을 채택해야 합니다.

평화협정, 외교관계 수립, 경제협력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함께 핵 폐기를 실현하는 일괄타결방식으로 한반도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관계를 정상화 하겠다’는 기존의 발상을 뛰어 넘어 ‘관계 정상화 조치를 취할 테니 핵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라’는 능동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북미관계의 정상화가 협상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핵 폐기의 초기 단계에서도 유력한 인센티브로 제공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입니다.


4.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북미대화의 진전’과 ‘남북관계의 발전’이라는 두 바퀴로 굴러가는 마차입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을 선순환(positive cycle)으로 풀어나간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지켜나갔습니다. 그 결과 발전된 남북관계의 기반 위에서 북핵문제의 일관타결과 동시행동의 원칙을 천명한 9.19 공동성명이 채택될 수 있었습니다.
                                                                                   ▲  사진 연합뉴스
  더 나아가 노무현 정부는 6자회담의 틀 안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시아의 다자 안보협력체제에 대한 구상을 실현시키고자 했습니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7년 10.4 공동선언에서 “남과 북이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과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할 것”을 약속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두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정책은 이명박 정부에 의해 “잃어버린 10년”이라 비난받으며 거의 완벽하게 폐기되었습니다. 특히, 노무현 정부의 대북 평화번영정책에 대한 철저한 부정으로 남북대화는 중단되고 남북관계는 경색되었습니다.

하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은 다시 미국 및 한국과의 대화를 시작하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 여기자 석방을 계기로 북미 간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는 가운데, 남북 간에도 대화의 싹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8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김정일 위원장의 면담을 계기로 민간차원의 교류협력 재개에 대한 의지를 밝혔고,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 파견으로 당국 차원의 대화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현대그룹과 북한 아태평화위원회 사이에 이루어진 5개항의 민간 합의를 뒷받침하기 위한 남북 당국간 대화에 아직까지도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북한의 식량난으로 180만t의 쌀과 옥수수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망하고 있고, 세계식량기구(WFP)가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한 남한 당국자들에게 4차례에 걸쳐 대북 식량지원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남한 당국자는 국회에서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해 국제기구의 요청에 대해서도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북핵문제 해결을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로 삼는 이명박 정부의 ‘연계 전략’은 결국 남북교류의 재개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을 무시하는 것임은 물론, 경제적 궁핍으로 생존의 위기에 몰린 북한의 어린이와 노인들, 여성들의 사회․경제적 인권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평화를 애호하는 동북아의 여성들이 인도주의적 대북지원을 북핵문제의 협상과 별도로 실행해야 한다고 믿는 이유는 지금 이 시간에도 영양실조로 발육부진을 겪고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들 그리고 다가오는 추운 겨울을 두려움으로 맞이해야만 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내다보이기 때문입니다.

인도적 차원의 대북 식량지원은 즉각 이루어져야 합니다.


5.

저는 여성으로서, 어머니로서, 또 정치인으로서 비핵․평화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이제 동북아의 여성들은 한반도에서 분단과 핵 위기가 지속되는 것을 더 이상 인내해서는 안 됩니다. 압박과 제제가 아닌 대화와 협력만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유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지난 20년의 경험은 바로 ‘여성주의적 강화’(empowerment)가 양자간 혹은 다자간 대화과정에서 현실적 정책수단으로 구현되어야 함을 보여줍니다.

‘여성주의적 강화’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의 성공이 비핵․평화주의, 상대방에 대한 인정과 화해,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 달성, 공동이익의 추구, 인도주의적 가치 실현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 자리에 모인 동북아 지역 여성들은 각자의 정부와 국민에게 말해야 할 역사적 책무가 있습니다.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역사적 책임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1953년 정전체제를 지속가능한 평화체제로 전환시키는 것입니다.

동족상잔의 전쟁을 경험한 남북한은 서로 동의하는 평화적 수단에 의한 통일의 모델을 만들어 내야할 역사적 책무가 있습니다. 중국 역시 정전협정에 서명한 당사자로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노력할 책임이 있으며, 일본과 러시아도 인접국가로서 한반도분단의 현상유지에 의한 이익추구를 넘어서는 공생과 공영의 미래를 같이 열어 나가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들이 각자에게 주어진 책임을 자각한다면 여성들의 목소리를 모아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그리고 동북아 평화와 안보협력에 대한 정책결정 과정과 협상테이블에 우리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요구하고 노력합시다.행동하는 양심, 행동하는 평화주의자가 됩시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 동북아의 평화로운 미래를 함께 일구어 나가고 그 평화를 우리의 딸과 아들에게 물려줍시다.

긴 시간 경청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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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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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르믈 벗어난 달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2010/05/04 10:23

    언제나 힘내시고 약해지지 마세요~!!

한함사 노무현 민주당 미래연 시민주권 한통속 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