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일 한명숙의 자서전 "한명숙 -부드러운 열정, 세상을 품다" 출판기념회가 있었습니다.  커널뉴스가 제공한 그날 연설장면과 연설전문(노컷뉴스)입니다.







제가 지금 좀 고되고 외롭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마음과 행동과 모든 것을 같이 해 주시니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르겠다.

오늘 날씨가 많이 풀렸다.

그리고 김연아 선수가 당당하게 금메달을 딴 기분 좋은 날이다.

올 겨울은 혹독하게 추웠고 눈도 많이 왔다.

그런데 이제 봄이 오는 모양이다. 봄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계절의 봄, 민주주의의 봄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혹독한 겨울을 뚫고 봄은 지금 우리 곁에 훌쩍 와있다.

그런데 민주주의의 봄은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여러분은 오늘 왜 여기 이렇게 많이 오셨느냐.

왜 이렇게 전국에서 많이 오셨을까, 생각해봤다.

세상이 너무 거꾸로 가니까 울화통이 터지고 답답해서 여기라도 가보자고 온 분들도 있을 것이다.

나라꼴이 자꾸 이 모양으로 가니 작은 희망이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제 생각에, 무엇보다 6.2 심판의 날 다 같이 힘을 합쳐서 한 번 멋지게 싸워보자는 뜻에서 올 거라고 본다.

제가 선 바로 이 자리가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하시기 조금 전 우리 모두에게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고 목메어 부르짖었던 곳이다.

또 2002년 노무현의 눈물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인 자리다.

그때 지금 사회를 보는 문성근 씨가 참으로 감동적인 연설을 해서 노무현 대통령의 눈물이 탄생했다.

바로 그 자리가 여기다.

2010년 2월 26일 오늘도 이 자리가 바로 민주개혁진영의 승리의 외침으로 이어지는 자리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2010년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가. 민주주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부딪쳤고 정치는 길을 잃었고 공작정치만 판을 치고 있다. 언론자유는 유린당하고 있다.

공공연히 사법부에 대해서도 겁박이 이뤄진다.

남북평화는 실종됐다.

서민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절망속에 있으며 청년들은 실업에 희망이 없다.

가히 겨울 공화국이다.

과거 역사에서 나쁜 것들이란 나쁜 것들은 모두 부활하고 있다.

직시해야 한다.

이 땅의 민주주의가 꺼져가는 촛불처럼 시련과 위기를 맞는 이 너른 들판의 한 가운데서 여러분이나 제가 이렇게 맨 몸으로 서 있는 현실, 이것이 2010년 대한민국이다.

사실 저는 두 분 대통령을 떠나보내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좌절과 비애에 젖어서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래서 저도 이제는 저도 졌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쉬고 싶었다.

내 손에 힘주어 쥐고 있었던 시대적 사명이라는 바통을 젊은 후배들에게 넘겨주고 트랙 밖으로 물러나고 싶었다.

이런 생각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럽다.

나약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런 바로 그 때에, 상상도 할 수 없던 시련의 화살이 갑자기 꽂혔다.

짐을 내려놓으려는 나에게 하늘의 경고 메시지가 내린 듯했다. 신탁처럼...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운명은 비켜가지 않았다.

역주행 하는 민주주의의 흐름을 되돌려 놓을 때까지는 나에겐 절망할 권리조차 없음을 깨달았다.

이것이 두 대통령의 뜻을 잇는 길, 나에게 믿음을 보여준 이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봤다.

이 땅의 현실은 저를 포함한 그 누구도, 이 시련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준다.

정연주가 겪은 시련, PD수첩이 겪은 시련, 미네르바가 겪은 시련, 촛불시민이 겪은 시련, 시민분향소 사람이 겪은 시련, 김제동이 겪는 시련, 민주노동당이 겪는 시련, 그리고 지금 한명숙이 겪는 시련... 본질은 하나다.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할 경우 민주공화국 시민 그 누구든 사찰정치의 대상이 되고 공작정치의 올가미,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좀 쉬어야지 하는 안이한 상황에서 뒤통수 맞은 상황이 부끄럽다.

그러나 제게 주어진 이 시련을 결단의 발판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아직까지 다하지 못한 사명이 남았다고, 아직 견뎌야 할 시련이 남았다고 명하는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책을 쓰며 고생했다.

책을 쓰며 제 인생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10년 공직 생활을 제외하면 제 인생 대부분은 고통과 시련, 좌절과 인내의 시절이었다.

하지만 학창시절 가난이 저를 강하게 키웠다.

13년 옥바라지 동안 인간에 대한 사랑과 이해를 깊이 했다.

고문과 투옥, 참으로 힘들었다. 그런데 이 고문과 투옥이 저를 단단히 했다.

여성운동과 민주화운동이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했다.

이 일이 저를 다시 거친 들판에 세운다 피하지 않고 최전선에 우뚝 서겠다.

고통받는 모든 분들, 분노하는 모든 분들과 다시 같은 전선에 서려 한다. 그래서 한없이 영광이다.

책을 낸 이유도 거기에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시련과 부딪쳤고 고통스럽지 않을 때가 없었지만 타협하거나 회피하지 않았던 인생...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걸 스스로 모질게 다지고 다졌다.

이 책은 제게 그 의미다. 여러분들에게는 그러한 약속이다.

저와 여러분들에게는 꿈이 있다.

우리 모두에게는 사람 사는 세상을 여는 꿈, 남북 평화의 시대를 여는 꿈, 일하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꿈, 그 꿈의 실현을 위해 바람찬 들판에 섰다.

시련을 뚫고 저의 역할을 기꺼이 감당하겠다.

조건이 있다. 혼자는 힘들다. 혼자는 너무 외롭다. 혼자는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 차갑다. 넘어질 거 같다. 국민과 함께 여러분과 함께라면 하겠다. 두려울 게 없다.

어떤 아픔과 시련도, 여러분과 손잡고 이겨내겠다.

함께 해달라.

6.2 심판의 날, 제가 맨 앞에 서겠다.

6.2 승리의 날, 여러분과 함께 중심에 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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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명숙
2010/02/24 05:27

바보들의 행진
-이광재 출판기념회에 부쳐


제가 옛날이야기 하나 하겠습니다.

저희 남편이 13년 반 동안 옥살이를 하고 나와서 저에게 했던 말이 “이 여자 바보 아니냐”는 말이었습니다. 혼인 신고도 안한 새댁의 몸으로 아이도 없이 13년 반을 일편단심으로 기다려 준 아내에 대한 감사 어린 탄식이었겠지요. 

젊은 날 남편에게서 받은 바보 인증 때문이었는지 바보 대통령과 역사적인 한 시대를 함께하는 인연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보 대통령과 정치적 역정을 함께 해 오고, 그의 바보정신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이광재라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광재 의원이 출판 기념회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난 5월 봉하에서의 그의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올랐습니다. 누군들 그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었겠습니까. 한없이 슬퍼하고 한없이 자책하면서, 제 어깨 위에 굵은 눈물을 뚝뚝 떨구던 그를 붙들고 함께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눈물을 닦고  또 한사람의 바보가 되겠다고 다시 우리 앞에 서 있으니, 믿음직스럽고, 마음 든든하기 그지없습니다.


저는 요즘 걱정이 참 많습니다.

개인 한명숙으로야 무슨 두려움이 있겠습니까마는,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깊은 우려와 두려움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검찰과 경찰이 정권의 해결사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멀쩡한 세종시를 가지고 평지풍파는 왜 일으킵니까?
국민들 살림살이 나아지게 하겠다던 약속은 이미 휴지조각이 되었습니다.
4대강은 돈 먹는 하마가 되어 서민생활을 옥죄고 있습니다.
무소불위의 국정운영은 국민을 더더욱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바보들에게 할 일이 생겼습니다.
등록금, 과외비 걱정에 등골이 휘어지는 학부모를 위하여
취직 걱정에 졸업식이 우울한 청년들을 위하여
이른 아침, 잠에서 덜 깬 아이를 들쳐업고 놀이방으로 종종 걸음치는 엄마들을 대신하여
전세 값, 물가고에 불면의 날을 보내고 있을 가장들을 대신하여
바보들이 행진을 시작하려 합니다.

지난 2년의 경험은 더 이상 말로는 안 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람을 바꿔나가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 살아남은 바보들의 행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선두에 이광재가 서 있습니다.
이광재가 앞장서는 바보들의 행진을 지켜봐 주십시오.
그리하여, 충청도에서, 서울에서, 경기에서 나아가 전국에서
바보들이 행진할 민주주의 올레길에서 우리 다 같이 만납시다.


2010년 2월24일 한명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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