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재단 이사장 취임 인사

오랜만에 여러분을 뵈니 반갑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의 철학과 가치를 이어나가기 위해 자리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비록 오늘 이 자리에 오시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마음과 정성을 다해 함께 해주신 모든 국민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금 저의 바로 뒤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할 게요.”

그 옆에는 자전거를 타시고 우리를 넌지시 바라보면서 웃음을 던지고 가시시는 대통령님이 계십니다. ‘우리가 할 게요’ 라고 말하니 대통령께서 ‘아! 기분 좋다’ 하시면서 미소를 던지십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은 우리곁을 떠나가신것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와 함께 하고 계심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동안 오늘 창립 발기인 대회를 이렇게 성공적으로 마련해주신 이해찬 준비위원장님과 위원님들 감사합니다. 바쁘신 와중에서도 성공적으로 기념사업회가 출범할 수 있도록 애쓰셨습니다. 박수 한 번 쳐드릴까요.

제가 오늘 이사장으로 이 자리에 서 있지만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훨씬 훌륭한 분이 이 자리를 맡아 주시길 기대했는데 어제 갑자기 준비위에서 한명숙이 하는 게 좋겠다고  등 떠미시는 바람에 이사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임명 소식을 듣고 당황했지만 이 일은 저 혼자가 하는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하며 또한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습니다. 이사진들, 운영위원들, 그리고 국민과 함께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이 9월 23일입니다. 5월 23일 서거하셨으니 딱 넉 달째 되는 날입니다. 사실 오늘 이 자리가 있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대통령님은 가시고 우리는 남아 있습니다. 당신께서 한 발, 한 발 외롭게 올라가시면서 느끼셨을 부엉이 바위의 천근만근 무게가 아직 우리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많이 아팠습니다. 많이 울었습니다. 죄송해서 울고, 분해서 울고, 억울해서 울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울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제 눈물을 거두고 가신님의 뜻을 기려야 합니다. 남은 사람, 우리나라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자책과 분노만으로는 결코 이 세상은 바뀌지 않습니다. 우리 가슴에 난 이 상처를 세상을 바꾸려는 뜨거운 열정으로 치유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 일을 ‘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을 통해서 이어가려 합니다.

‘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은 노무현 대통령님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들과 함께 걸어가야 합니다. 그 국민들과 손잡고 참된 민주주의, 진보, 평화, 국민들의 행복한 삶이 무엇인가 찾아내고 실현해야 합니다.

대통령님이 가시기 전에 마지막 손수 쓰신 회고록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나의 실패는 여러분의 실패가 아니다. 내가 실패한 이야기가 여러분께 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여러분에게는 여러분의 길이 있고, 역사는 자기의 길이 있다.”

나 자신의 실패를 민주주의의 좌절,진보의 좌절이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굴복하지 마라. 또다시 영웅을 기대하지 말고 깨어 있는 시민의 힘으로 노무현을 극복해 달라"는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여러분 대통령께서 실패하셨습니까? 아닙니다. 저는 이 글을 보면서

“아! 참, 노무현이라는 이 사람 양심적인 사람이구나! 노무현은 양심 그 자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어떻게 내가 실패했다고 전 국민에게 고백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늘 이렇게 말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외교에 성공한 사람이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연 경제에 성공한 대통령이다. 복지예산을 10%를 훌쩍 넘긴 복지대통령이다.라고 말하곤 했지요. 그런데 당신께서는 오히려 “나는 실패한 대통령” 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이렇게 양심적이고 진실하며 겸손한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습니다. . 이런 지도자와 함께 할 수 있었기에 우리는 참 행복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은 노무현 대통령님만의 꿈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만들어야 할 우리의 미래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이렇게 기분 좋은 분과 앞으로 함께하는 것을 행복해하며 ‘사람 사는 세상’의 길을 시작합니다.

시작의 길은 늘 두렵습니다.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두렵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내 딛는 이 첫 걸음이 미래의 희망을 여는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미래의 희망은 지금의 저와 이 일에 참여하는 우리 모두의 헌신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에겐 ‘실용적인 헌신’이 필요합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께 말씀드려야  할 물질적인 헌신에 대해  저의 부담을 덜어주시려고 이해찬 준비위원장께서 물심양면의 헌신이 필요하시다고 대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의 마음과 정성 그리고 열정을 쏟아 부읍시다. 지금 이 자리에는 노건호씨가 와 계십니다. 유족들의 뜻을 잘 모시고 국민 모두와 함께 미래를 향한 여정을 출발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열정, 여러분의 마음, 정성을 함께 담아 제가 그 중심에 서겠습니다. 함께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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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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